벌써 9월이라니! 여름의 끝이라니!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세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니!
요즘 사람들을 만나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새로하는 사업은 잘 돼가요?”거든. 상대방이 지루해하지 않을 정도로 어디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할지 잠시 고민에 빠지는데, 결국엔 그냥 “네니오(하하)” 라고 답해버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의 가장 큰 성과라면, 모순적이게도 우리가 틀렸다는 걸 알게된 것이야. 나의 대답 “네니오"에서의 “네"는 사업이 시장성을 확인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이고, “아니오"에는 우리의 예상이 너무도 빗나가서 당혹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어.
초반부에는 특히 팀 전체가 ‘린스타트업(Lean Startup)'에 대한 온보딩 과정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어. 린스타트업 방식은 IT서비스계에선 이미 당연한 문화이지만, 내가 기존에 기획하고 실행하던 워터폴 방식의 업무과정과는 상당히 다른 구조이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스터디가 필요했거든.(린스타트업이 궁금하면 읽어볼 책!)
간단히 설명하면 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방식은 [가설→실험→결과확인 후 가설 발전→실험→결과확인 후 가설 발전→… ]의 사이클을 계속 굴리면서 조금씩 서비스를 발전해나가는 방식이야. [기획→제작→런칭→운영] 순으로 진행되던 일방향의 워터폴 과정과는 큰 차이가 있지. 굳이 따져서 이야기해보면, 난 이제껏 워터폴 방식으로 일을 해왔었어. 대학교 때의 건축설계 과제도 그랬고 이제껏 만난 모든 프로젝트도 그랬어. 하지만 새롭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린 방식의 과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야.
린 방식에서 실험 사이클을 굴리는 이유는 (1)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2)시장성을 확인하면서 성공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데 있어. 모든걸 완벽히 준비해서 “짜잔!”하고 런칭하는게 아니라, 핵심적인 것만 담아 작게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 고객의 반응을 보고 재빠르게 계속 고쳐나가는 방식인거지(아래 다이어그램을 참고해봐). 그랜드오프닝이 핵심인 공간비즈니스에서는 다소 생소한 방식이기도 해.
우리 서비스에도 초기 핵심가설이 있었지. ‘이런 상황의 고객들이 A 때문에 우리 서비스 X를 쓰게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지. 솔직한 마음으로 그때는 이것까지 실험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당연한 이야기로 생각되었어. 개인적으로는 그냥 빨리 서비스 기능 개발부터 해야하는거 아닌가 초조하기도 했지.
이제 린하게 일하기로 했으니 핵심가설은 확인하고 넘어가자하여, 랜딩페이지를 만들고 스모크 테스트를 진행했어. 아직 우리 서비스는 없지만, 서비스가 있는 척 영업하며 수요를 확인한거지.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거야. 당황스러웠지. 그 이유를 조금더 상세히 알고자 조그마하게 모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후속 고객 인터뷰를 진행했어.(이 때 도움됐던 책이야!)
이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우리 가설은 틀리지 않았고, 뭔가 다른게 문제일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결국 알게된 건, 고객들은 A 때문이 아니라 전혀 다른 B를 기대하고 우리 서비스 이용을 희망했다는거야. 결국 외형이 같은 서비스였다해도 우리와 고객이 기대하는 핵심기능과 기대효과가 완전 달랐던거지.
맞말이라 킹받아..